[대법원 판결]
경북 포항에서 납치로 오인해 운행 중인 택시에서 뛰어내린 여대생이 뒤에서 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에서 대법원이 택시기사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에게 모두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 기사 A 씨와 SUV 승용차 운전자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17273).
[사실관계]
2022년 3월 4일 오후 8시 40분쯤 택시기사 60대 A 씨는 경북 포항시 KTX 포항역 택시승강장에서 20대 여대생 C 씨를 태웠다. C 씨는 A 씨에게 자신이 다니던 대학으로 가자고 했지만 A 씨는 제한속도를 초과한 빠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A 씨에게 "이쪽 길 맞죠? 네? 기사님"이라고 물었으나 대답이 없자 자신이 납치된 것으로 생각한 C 씨는 달리던 택시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차도에 떨어진 A 씨는 뒤이어 B 씨가 몰던 SUV차량에 치어 숨졌다.
사고는 A 씨와 C 씨 간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에서 비롯됐다. 택시 블랙박스에 따르면 C 씨는 A 씨에게 "S 대학으로 가 달라"고 요청했으나 A 씨는 "한동대요?"라고 반문했고 C 씨도 "네"라고 답변했다. 택시가 한동대 방향으로 가자 C 씨는 남자친구에게 "택시가 이상한 데로 간다. 나 무섭다. 엄청 빨리 달린다. 말 걸었는데 무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노인성난청 증세가 있어 평소 보청기를 착용하지만 사고날엔 착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A 씨가 택시기사를 하며 청력 관리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B 씨는 과속과 전방 주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1심 및 항소심 판단]
1심은 A 씨와 B 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목적지를 다른 대학 기숙사로 인식해 해당 학교로 가는 통상의 도로로 운행했고 C 씨가 겁을 먹고 고속으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판단이다. B 씨에 대해서도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앞 차량에서 사람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려우며, 가로등이 없는 야간에 도로에 떨어진 C 씨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제한속도를 지켜 주행했더라도 회피가능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B 씨가 일찍 C 씨를 발견해 사고를 회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A 씨가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아 C 씨의 말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해 C 씨의 불안감을 키운 점,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한 점 등은 인정되지만, 이런 과실 때문에 C 씨가 운행 중인 택시의 문을 열고 도로에 뛰어내린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C 씨가 납치 등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착각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일반인으로서는 일단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위험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할 것이며 C 씨는 사고 전까지 남자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므로, 남자친구를 통해 경찰에 구조요청을 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시는 야간이었고 사고지점에는 가로등도 없었으므로 B 씨가 앞서 가던 택시의 브레이크 등이 점등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택시의 뒷문이 열려 있는 것까지 보았거나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탓에 이를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홍윤지 기자 2025-02-18 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