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보험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지만, 미고지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by 사고후닷컴 posted Aug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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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8494, 판결]

【판시사항】

[1] 상법 제652조 제1항에 규정된 통지의무의 대상인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의 의미 및 상해보험계약의 체결 후 다른 상해보험에 다수 가입하였다는 사정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및 같은 법 제651조의2에 규정된 '서면'에 보험청약서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3]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요건

[4] 보험계약자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자에게 다수의 다른 보험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지만, 그러한 미고지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 제652조 제1항 소정의 통지의무의 대상으로 규정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라 함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서, 상해보험계약 체결 후 다른 상해보험에 다수 가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나,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상법 제651조의2),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보험청약서에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

[3]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고 있는 외에 그것이 고지를 요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고지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4] 보험계약자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자에게 다수의 다른 보험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지만, 그러한 미고지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상법 제652조 제1항

[2] 상법 제651조, 제651조의2

[3] 상법 제651조

[4] 상법 제651조

【참조판례】

[1][2][3]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공2002상, 144) /[1][2]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공1997하, 2996) /[2][4]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공1997상, 507) /[1]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공1999상, 41),

대법원 2000. 7. 4. 선고 98다62909, 62916 판결(공2000하, 1825),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다49630 판결(공2003하, 2304) /[2]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31847 판결,

대법원 2001. 2. 13. 선고 99다13737 판결(공2001상, 641),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다49623 판결(공2003하, 2300)

【전문】

【원고,상고인】

윤애용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대)

【피고,피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정은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3. 12. 선고 2002나5113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들의 배우자 내지 아버지인 망 이치연은 1999. 12. 29. 피고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아래에서는 '동양화재'라고 한다)와 사이에 피보험자는 망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판시 보험목록 순번 3 기재와 같은 내용의 올카바운전자(Ⅱ)보험계약을, 2000. 7. 5.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아래에서는 '동부화재'라고 한다)와 사이에 피보험자는 망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판시 보험목록 순번 4 기재와 같은 내용의 슈퍼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아래에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들'이라 한다).

(2) 망인은 피고 동양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1999. 12. 29. 당시 이미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판시 보험목록 순번 1, 2, 8 내지 12, 20, 21 기재와 같은 9건의 보험(최고보험금액 합계 829,817,000원, 월 보험료 합계 522,390원, 일시납 보험료 1,087,900원)에 가입하고 있었고, 망인이 피고 동부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2000. 7. 5. 당시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판시 보험목록 순번 1 내지 3, 5 내지 15, 19 내지 25 기재와 같은 21건의 보험(최고보험금액 합계 1,638,717,000원, 월 보험료 합계 1,344,410원, 일시납 보험료 1,416,610원)에 가입하고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3개의 보험에 가입하여 판시 보험목록 기재와 같이 총 25건의 보험(최고보험금액 총 1,789,717,000원, 월 보험료 총 1,470,420원, 일시납 보험료 합계 1,594,960원)에 가입하게 되었다.

(3) 피고들의 보험약관 제6조에는 "계약을 맺을 때에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은 청약서(질문서를 포함합니다)의 기재사항에 관하여 아는 사실을 빠짐 없이 그대로 회사에 알려야 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제16조에는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청약서의 기재사항에 관하여 사실대로 알리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보험회사는 손해 발생의 전후를 묻지 아니하고 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4) 이 사건 보험계약들의 청약서에는 보험계약자가 알릴 사항의 하나로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기재하도록 하는 별도의 질문표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체결하기 전과 후에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판시 보험목록 기재 순번 1, 2, 5 내지 25의 보험에 가입하였음에도 보험청약서들의 질문란에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사실을 기재하지 아니하였고, 피고들에게 추가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통지하지도 아니하였다.

(5)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체결할 무렵 농·축산업에 종사하면서 약 10억 원의 재산과 약 3억 원의 대출채무를 가지고 있었고, 농·축산업 외에 별다른 고정수입이 없이 원고들을 부양하고 있었다.

(6) 망인은 일요일인 2001. 1. 14. 23:00경 망인 소유인 경기 93고4518호 1톤 포터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안성시 미양면 신계리 소재 폭 4.6m의 농로를 경부고속도로 방향에서 신계리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고속도로 지하에 설치된 통로에 진입하기 위하여 좌회전하다가 차량의 전면으로 통로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콘크리트옹벽을 들이받는 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7) 피고 동양화재는 2001. 4. 21.에, 피고 동부화재는 2001. 4. 19.에 원고들에게 망인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리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고, 이 우편은 그 무렵 원고들에게 도착되었다.

 

나. (1)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다른 보험의 가입 사실을 기재하도록 하는 이 사건 보험청약서들 상의 질문표는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으로서 상법 제651조의2에 의하여 제651조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고, 그 추정이 번복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앞서 본 바와 같은 망인의 보험계약의 체결내역과 망인의 재산상태, 망인이 피고 동양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피고 동양화재의 사무실을 찾아가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금 10억 원으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을 요구하였으나 직업급수에 따른 가입금액의 한도 때문에 가입금액을 낮추어 보험금을 2억 5,000만 원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피고 동부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는 친척에게 전화하여 보험가입을 의뢰함으로써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사실, 보험전산망으로도 판시 보험목록 기재와 같은 보험의 가입사실을 대부분 조회할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체결한 후에 다른 보험에 가입한 사실은 사고발생의 위험을 현저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서 상법 제652조 소정의 통지의무의 대상이라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은 나아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망인은 짧은 기간 안에 그 스스로 보험회사를 찾아가거나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는 친척 또는 지인을 통하여 이 사건 각 보험을 비롯하여 총 25건에 이르는 보험에 가입한 사실, 이 사건 각 보험에 가입하기 이전의 대부분의 보험청약서에는 다른 보험의 가입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질문표는 없지만 '고지의무' 또는 '고지사항'이라는 표제로 직업·건강상태 등의 고지사항을 기재하도록 별도의 질문란을 마련해 두고 고지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의문구를 기재하여 두었기 때문에 망인으로서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고지의무의 내용 및 위반한 경우의 효과 등에 관하여 잘 알 수 있었던 사실,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에는 다른 대부분의 손해보험청약서에서와 같이 보험계약자가 알릴 사항 아래에 별도로 다른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보험회사·보험종류·보험기간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질문란을 두고 있어 보험청약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보통의 보험계약자라면 누구나 쉽게 위 질문란의 내용과 취지를 이해하고 그 사실을 기재할 수 있는 사실, 피고들의 보험약관에는 보험계약자에게 청약서의 기재사항에 관한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제6조) 및 보험계약자가 위 고지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제16조)을 두고 있는 사실, 망인이 피고 동양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피고 동양화재의 사무실을 찾아가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가입을 의뢰하였고, 이에 보험모집인이 망인에게 보험청약서의 각 기재사항을 물어보고 보험청약서를 작성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그 기재사항을 확인하게 한 후 망인의 서명을 받았으며, 피고 동부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그 스스로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는 친척에게 전화하여 위 보험모집인에게 보험가입을 의뢰하였고 이에 그 보험모집인이 전화로 망인에게 보험청약서의 각 기재사항을 물어보고 보험청약서를 작성하게 된 사실을 인정한 후, 이 사건 각 보험청약서상 질문표의 기재형식, 망인이 보험에 가입한 전력,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망인과 보험모집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에게는 고지하여야 할 사항인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 사실과 그것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주요한 사항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데 고의 내지 중과실이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들은 피고들의 해지통보로써 상법 제651조, 제652조 제1항 및 피고들의 보험약관 제16조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어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망인이 추가로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인지 여부

(1) 상법 제652조 제1항 소정의 통지의무의 대상으로 규정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라 함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서(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등 참조), 상해보험계약 체결 후 다른 상해보험에 다수 가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기록상 망인이 보험금의 부정취득을 노리고 판시와 같이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 사건에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들만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들의 보험기간 중에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와 달리 판단한 것은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해석·적용을 잘못한 위법을 저질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

(1)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나(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등 참조),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상법 제651조의2),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보험청약서에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3184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체결함에 있어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는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고, 그 추정이 번복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

(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들의 보험청약서에는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기재하도록 하는 별도의 질문표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 망인이 피고들에게 제출한 이 사건 보험계약들에 관한 보험청약서들에는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그러나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고 있는 외에 그것이 고지를 요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고지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사실을 입증하여야 하므로(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참조), 피고들이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해지하려면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러한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던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에 해당한다는 사실 또는 이 사건 보험계약들의 보험청약서에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질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다) 먼저, 기록상 망인이 부정한 보험금 취득을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망인이 체결한 판시 보험목록 기재 보험계약들 중 이 사건 보험계약들 외에는 보험청약서에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를 묻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기록상 일반적으로 상해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다른 보험계약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의 체결이 거절되거나 보험료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별다른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이 망인이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일반적인 고지의무의 내용과 그 위반효과 등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는 사유만으로는 망인이, 피고들이 망인의 다른 보험계약 사실을 알았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것으로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것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들의 보험모집인들이 망인에게 보험청약서상의 기재사항에 관하여 질문을 한 후 이를 작성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 동양화재의 보험모집인이 망인에게 보험청약서의 각 기재사항을 물어보고 보험청약서를 작성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그 기재사항을 확인하게 한 후 망인의 서명을 받았다는 원심의 인정 사실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로는 피고 동양화재 자신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만이 있을 뿐인데, 망인이 피고 동양화재에 제출한 보험청약서(을가1호증)의 앞면을 보면 해당사항이 없는 항목에도 그에 관한 표시가 되어 있음에 반하여 그 뒷면의 타 보험계약사항란에는 아무런 기재가 되어 있지 아니하여 실제로 이에 관한 질문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에서 당사자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위 사실조회 회신만으로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피고 동부화재의 보험모집인이 전화로 망인에게 보험청약서의 각 기재사항을 물어보고 보험청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는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피고 동부화재는 원심에서 을나5호증으로 보험모집인 김정심의 진술서를 제출하였으나, 이에 대하여는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망인이 피고 동부화재에 제출한 보험청약서(을나1호증)의 기재 내용을 보더라도 실제로 다른 보험가입 사실에 대한 질문이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아니하다.

(라) 이상의 점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들을 체결함에 있어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사실을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망인이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 위반 내지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고지의무 위반에 있어서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고들이 상고이유로 든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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