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대 은행원의 급성심근경색 사망이 법원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면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건강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오늘날 많은 직장인이 겪는 현실적인 위험을 법적으로 확인해준 중요한 판례입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근무시간 산정 방식부터 업무 스트레스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꼼꼼히 따져본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과로사 산재 인정의 핵심 쟁점: '숨겨진' 근무 시간
고인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실제 노동 시간이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PC 로그 기록을 기준으로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을 46시간 24분으로 산정했지만, 법원은 이와 달리 52시간을 초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법원은 은행 업무의 특성을 주목했습니다. 업무용 PC 사용 승인 절차가 복잡하고, 승인 한도가 정해져 있어 많은 직원이 개인 노트북이나 외부망을 이용해 잔업을 처리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집에서 업무를 보거나, 업무의 연장선인 회식에 참여한 시간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즉, 단순히 PC가 켜져 있던 시간뿐만 아니라 업무를 위해 들인 모든 시간을 실질적인 노동 시간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노동'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고강도 업무 스트레스, 급성 심근경색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정
이번 판결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육체적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사망한 은행원은 승진 후 기업 여신 심사 업무를 맡았습니다. 이는 기업의 자금줄을 결정하는 중대한 업무로, 규정 위반 시 개인에게 징계나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어 상시적인 정신적 긴장을 유발합니다.
특히, 법원은 영업점의 이익과 은행 심사팀의 신중한 판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 그리고 여신 불승인 통보 과정에서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힘든 일'이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의 고강도 정신 노동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비록 고인에게 일부 개인적 질병 위험 요인이 있었지만, 만성적인 과로와 직무 스트레스가 있었으므로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과로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번 판결은 30대 젊은 나이에 일터에서 돌연사를 맞은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법적 정의를 실현한 것입니다. 동시에, 많은 직장인이 겪는 만성 과로, 직무 스트레스, 워라밸 붕괴 등의 문제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던져줍니다.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되던 돌연사가 법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건강을 잃을 만큼 일하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과 개인 모두 업무 환경과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부터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근무 환경은 안전한가요?
